2024년 6월,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제기했던 소송을 돌연 자진 취하했을 때, 실리콘밸리의 많은 이들은 샘 올트먼의 '완벽한 방어'를 칭송했습니다.
과거 머스크 자신이 영리화를 부추겼던 이메일이 폭로되면서 명분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승리의 축배는 너무 일렀습니다. 머스크의 소송 취하는 항복 선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저 '더 큰 총'을 가져오기 위한 2개월짜리 전술적 후퇴에 불과했습니다.
2024년 8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새롭게 접수된 소장에는 이전보다 훨씬 거대하고 파괴적인 이름이 피고석에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였습니다.
단순한 계약 위반을 다투던 지방법원에서의 싸움은 이제 연방 독점금지법과 기업 범죄가 난무하는 거대한 전쟁으로 진화합니다.
1. "이것은 사기극이다" – 빅테크에 마피아 소탕법을 겨누다

새로운 소장에서 머스크 변호인단이 꺼내 든 무기는 법조계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RICO(Racketeer Influenced and Corrupt Organizations Act, 미국 연방 조직범죄처벌법)를 들고나온 것입니다.
RICO법은 원래 1970년대 마피아나 카르텔 같은 조직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만들어진 강력한 연방법입니다.
머스크 측은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록먼, 그리고 MS가 공모하여 거대한 '사기 조직'처럼 움직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치열한 법리적 쟁점 ①: RICO법 기반의 기망 행위(Wire Fraud) 머스크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오픈AI는 처음부터 인류를 위한 비영리 연구소인 척하며 나와 대중을 속여(기망하여) 막대한 기부금과 지원을 받아냈고, 그러나 이들의 진짜 목적은 기술을 빼돌려 MS와 함께 영리적 독점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RICO법이 무서운 이유는 '3배 배상(Treble Damages)' 조항 때문입니다.
원고가 입은 실제 손해의 3배를 배상하도록 강제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가 이 법리를 적용함으로써, 오픈AI와 MS를 상대로 한 소송의 판돈은 무려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로 폭증하게 됩니다.
2. 시장을 교란한 짬짜미: 셔먼법(Sherman Act) 위반
머스크는 단순히 자신이 속았다는 억울함을 넘어, 이들의 행위가 미국 시장 전체를 교란하고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미국의 근간을 이루는 독점금지법, 셔먼법(Sherman Act)입니다.

치열한 법리적 쟁점 ②: 연방 독점금지법 위반 머스크는 오픈AI와 MS의 관계를 단순한 투자사와 스타트업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 부당한 거래 제한 (셔먼법 제1조): MS가 오픈AI에 수십억 달러의 클라우드 크레딧(서버 사용권)을 제공하는 대가로, 오픈AI의 최신 AI 모델(GPT-4 등)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은 타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명백한 '담합'이라는 것입니다.
- 독점화 시도 (셔먼법 제2조): 또한, 오픈AI 이사회에 MS가 참관인(Observer) 자격으로 들어가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며 생성형 AI 시장을 양분하고 지배하려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인류를 위한 투명한 AI"를 만들겠다던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폐쇄적인 기술 독점 카르텔만 남았다는 것이 머스크의 주장이었습니다.
3. 궁지에 몰린 오픈AI의 방어막: '공익법인(PBC)'으로의 탈출
연방법원에서의 압박이 거세지자, 올트먼과 오픈AI는 또 한 번 기민하게 움직입니다.
그들은 기형적인 '비영리 이사회 산하의 영리 자회사'라는 지배구조가 법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2025년 말, 오픈AI는 회사의 체제를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PBC)'으로 전면 개편하는 초강수를 둡니다.
치열한 법리적 쟁점 ③: 공익법인(PBC)의 세이프 하버(Safe Harbor)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 등에 명시된 PBC는 '이윤'과 '사회적 공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된 영리 법인입니다.
오픈AI가 이 구조를 택한 것은 완벽한 법적 방어막(Shield)을 치기 위함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영리 기업의 이사는 오직 '주주의 이익'만을 극대화할 의무(Fiduciary Duty)를 지지만, PBC의 이사는 회사의 재무적 이익과 정관에 명시된 공익(예: 안전한 AGI 개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재량권을 법적으로 보장받습니다.
즉, 오픈AI는 PBC 전환을 통해 "우리는 돈도 벌지만, 여전히 인류를 위한 공익적 미션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법적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선언하며 머스크의 "비영리 미션 배신" 프레임을 원천 차단해 버린 것입니다.
4. 폭풍 전야, 2026년의 봄을 향해
RICO법과 독점금지법이라는 창을 든 일론 머스크. 과거의 이메일 폭로전과 공익법인(PBC) 전환이라는 방패로 무장한 샘 올트먼.
양측은 무려 45만 장에 달하는 방대한 증거 자료를 법원에 쏟아부으며 한 치의 양보 없는 진흙탕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오픈AI를 해체하고 기술을 대중에게 돌려달라"는 머스크의 분노는 과연 연방법원 배심원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요?
모든 것을 끝낼 최후의 재판은 2026년 4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 마침내 막을 올립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26년 5월 18일, 배심원단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간의 법리'를 근거로 이 200조 원짜리 세기의 재판에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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